드라마_파친코 시즌 1

되도록이면 일제강점하의 소설, 드라마, 영화, 다큐를 보지 않으려 한다. 한국사를 배울 때 근현대사 부분만 오면 화가 나서 늘 부들부들 떨고, 생각이 많아지고, 울고 불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친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안 봐도 가슴 아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바퀴 달린 집"-김민하 배우님편을 보게 됐는데, 역시나 김민하 배우님의 할머니가 손녀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어 행복하지만 그 시절을 살았었던 산증인으로 연기로라도 손녀가 그 고통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소리에.. 또 미뤘다. 개인적으로도 예전 교양수업 보고서를 위해 할머니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다들 그 시절에 대해 굉장히 말을 아끼셨고, 회상하는 것을 힘들어하셔서 슬펐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조만간 “파친코 시즌2”가 방영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드라마를 보았다.






🤫 스 포 주 의 🤫







"파친코"는 일제강점하에 태어난 '선자'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드라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였고, 시즌4까지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드라마는 부산(영도 포함), 뉴욕, 도쿄, 오사카라는 공간적 배경과 1910년대, 1930년대, 1980년대 시간적 배경을 넘나들어 머릿속이 어지럽고, 다양한 인물들이 나와서 이 사람이 그 사람인가? 헛갈렸다. 그래서 아래의 선자네 가계도를 그려보았다.

선자네 가계도

드라마를 보면서 다섯 사건이 궁금했다.
1. 선자가 어릴 때 일본을 욕하던 아재가 사라질 수 있도록 귀띔해 줬다는 사람이 선자인가? 선자는 부모를 잃기 싫다고만 이야기했는데.
2. 일본행 배를 같이 타고 광부로 취업했다던 이들이 하시마섬(군함도)의 광부들인가?
3. 복희언니가 말하던 게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인가?
4. 한수가 지진이 발생하고 야쿠자를 따라나섰을 때 야쿠자가 한수를 숨긴 건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현장이었기 때문일까?
5. 편의점 사장은 모자수가 한국인(자이니치)이라 좀도둑일 뿐인데도 경찰에까지 신고하고 학교에 알리고 싶다고 했나? 그리고 모자수를 풀어주라 압력을 넣은 사람은 한수인가?

짐작으로만 알아먹어야 하는 장면이 있어서 놓친 부분이 있었나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를 반복했다. 아니 한 회에 한 시간 남짓인데. 불필요한 장면 없이 내용이 꽉 차 있어 굉장히 집중하면서 봤다. 그리고 연기에 구멍이 없어 무거운 드라마를 너무 재밌게 봤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모진 세월인 줄 알았는데 복이 있었던 거라는 대사에 모든 건 세월이 흘러야 알 수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선자를 향한 한수의 마음은 사랑일까? 7화는 한수 중심의 에피소드인데, 한수의 아버지가 여자에게 뒤통수를 맞고, 야쿠자가 지진과 학살의 현장에서 살려줬기 때문에 한수의 사정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는 개새.. 꿈속을 사는 도련님이라도 이삭이 더 멋지다. 신념을 지키고, 다정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넘흐 섹시해💕 선자와 양진의 강인함과 용맹함, 가족을 위한 희생.. 난 저렇게 못 살 듯.. 이 세상의 엄마들은 위대하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추구하는 신념이 다르고 그 신념을 지켜나가는 방식 또한 다르다. 인물을 단선적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입체적으로 보여줘 마냥 나쁜 사람이라고 하기도 마냥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하기 힘든 것 같다. 각자의 사정을 알게 되면 이해가 되고 그럼 안되지 싶다가도 그래 거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 싶기도 하고.. 한수와 솔로몬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겠어..

맥주와 치즈

늦었지만 보길 잘했다. 얼른 시즌2가 시작했으면 좋겠다. 소설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파친코 읽고 독후감

파친코1,2, 이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