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일하게 먹었던 팥 음식은 시루떡이다. 그것도 팥이 푹 익어서 부드러운 감촉만 남은 것. 다른 것들은 다 싫다고 안 먹는다고 그랬었다. 반면 엄마의 최애 음식은 팥 음식들이다. 팥칼국수, 팥죽, 비비빅, 팥찰밥, 시루떡, 단팥빵, 찐빵 등등. 어릴 땐 ‘이 맛없는 걸 도대체 왜 먹는 거야!’ 했는데. 이젠 아주 조금 이해가 된다.
요 가게는 엄마의 최애 단골집(강조를 위해 최애 단골 반복 사용ㅋ)으로 수유시장 옆 골목에 있다. 같이 갈 친구가 없을 때 나를 데리고 간다. 어릴 땐 먹기 싫다고 질색팔색을 했는데 이젠 팥옹심이 한 그릇 뚝딱하고 온다. 엄마는 팥칼국수를 드신다.
시장 옆이라 그런가 주 연령층은 중년 여성, 남성들이다. 중년 여성이 많은 가게는 소화 잘 되고,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없는 음식들, 중년 남성이 많은 가게는 가성비 좋은 가게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 요 집은 두 그룹 모두가 많은 거 보면 손이 많이 가는데 가성비가 좋은 그런 가게인가보다.
설탕 따로 소금 따로 나오는데 가만히 지켜보면 어른들은 간을 안 하고 즐기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난 쪼렙이라 따로 준 그릇에 한 번은 설탕, 한 번은 소금을 쳐서 먹는데, 엄마는 기겁하며 그대로의 맛을 즐기라고.. 아직 그대로는.. 무리라고여..
동짓날 팥죽이라 하니 새알 넣은 팥죽 요 집에서는 팥옹심이라 부르던데. 그 팥옹심이가 문득 생각난다. 엄마한테 먹으러 가자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