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ROR 앨범의 서사는 다음과 같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을 맞이(목격담)하여 구급차에 실려가는 가고(Siren) 병원에 도착해서 자신의 죽음을 유체이탈로 본다(파노라마). 아무래도 스스로의 죽음이 믿기지 않지만(Time! Stop!) 사랑했던 사람이 떠오른다(당장 널 만나러 가지 않는다면). 상대의 꿈 속인지 아니면 영혼이 찾아 간 건지 모르겠지만 사랑했던 사람과의 안녕을 고한다(마지막 인사). 그리고 영혼은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뭐가)와 엄마로 지칭되는 가까운 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이야기한다(부재중 전화).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고(내 꿈의 성) 소중한 사람들에게 표현을 다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야기한다(A DAY). 그리고 본인의 장례식 추도예배(장례희망)를 마지막으로 먼 길을 떠난다.
도심퍼포먼스, 출처-Leechanhyukvideo
도심 퍼포먼스가 이야기 하는 것은 아마도 ‘Time! Stop!’쯤의 이야기일 듯하다. 아직 본인이 사망한 것을 믿지 못했던 영혼이 돌아다니는 듯한? 이렇게 예술적일 수가 있을까? 잘 쓰인 소설처럼 서사가 탄탄한 앨범이었다. ‘예술가란 저런 거구나!’, ‘동시대의 천재를 이렇게 목격하는구나!’ 싶었다.
ERROR 앨범 ‘A DAY‘곡, 출처-AKMU
그리고 얼마 전 10.29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의 사진은 손이 떨려서 아무것도 클릭해 보지 못했다. 이해되지 않는 일 투성이었다. 나였다면 이라는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삶이 무상했고 답답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멍하게 며칠을 보내다 머리를 비우고 싶어 걷기 시작했다. 걸을 때는 노래를 듣곤 하는데 음악보단 일상의 소리가 듣고 싶어서 이어폰을 끼지 않았었다. 걷기 시작한 지 열흘 정도가 지나 다시 이어폰을 꼈다. 우연찮게 재생된 ERROR 앨범을 듣다 펑펑 울었다. 감정이 차올랐다. 급작스럽게 떠난 분들이 느낀 기분이지 않았을까 짐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A DAY’에서 “스쳐갔던 얼굴이 보고 싶네”에서 무너졌다. 내일이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