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인 것 같다. 다들 내가 뭘 하든 오냐오냐하며 좀 봐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
예전엔 A라는 행동을 하면서 부정의 결과 B에 대해 일말의 고려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핑크빛 미래인 C만이 존재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러저러하다 B의 결과가 나타나도 “몰랐어, 어쩔 수 없었어,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어, 네가 ~해서 내가 그럴 수밖에 없었어”라는 말 뒤로 숨어도 뭘 모르니까, 어리니까 라며 어느 정도는 양해를 해줬던 것 같다. 근데 지금은 적어도 겉보기에 어른이기 때문에 저 말들 뒤로 숨을 수가 없다.
며칠 전 친구와 이야기하다 부르르 화가 났다. 내 일도 아닌데? 왜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을 비난했을까? 호르몬의 문제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이 그토록 싫었던 건 면책하려는 미성숙한 모습때문이었고, 그래서 혼자 부들부들 떨었나 보다.
어릴 때 한껏 어리광도 부려보고, 잘못도 저질러 보고, 치여보기도 하고 울고불고하는 과정을 겪으며 교정해나가야 비로소 성장을 하나 보다. 비록 내가 상처 날지라도 생각의 크기가 키워지고, 예측의 범위가 넓어지는 과정 속에서 타인을 배려할 줄도 알고, 내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도 파악할 수 있어지나 보다. 그때를 헛되이 보내면 몸만 커지고, 잘못된 행동을 해도 변명하기만 바쁘고 미안하다 사과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뭐 변명이라도 하면 그나마 나은 것이겠지만. 이래서 어른이 되면 보수적으로 선택 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이리저리 배배 꼬아서 스스로조차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게 되나 보다.
내 행동에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지만 설사 내 예상에서 벗어나 B가 발생했더라도 책임을 지는 것이 어른의 자세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까. 고스톱쳐서 나이 딴거 아니니까. 눈치를 보는 것은 정말 정말 싫은 일이지만 자기 검열하고,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서 덜 민폐쟁이가 되어야 한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