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집에 오면 후다닥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가 씻는다. 씻고 나와서 안주를 하나 챙기고, 맥주를 한 캔 따서 잔에 따른다. 그리고 방에 들어와 종영될 때까지 아껴둔 드라마나 누군가에 추천받은 영화를 재생시킨다. 맥주 한 모금, 안주 한 입 번갈아 먹는 순간 나도 모르게 “크~으~🍺”하고 빙그레 웃음이 난다. 너무 행복하다.
그때그때 좋아하는 안주가 달라지는데, 꼬북 칩, 스윙칩, 포테토칩, 허니버터 칩, 프레즐 등을 먹다가 가끔 생라면, 구운 어묵, 하리보 포도, 밀카 초코들도 먹는다. 다람쥐가 도토리 저장해놓듯 과자를 쟁여두는 편이라 편의점 1+1, 2+1은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과자를 쟁여두면 눈이 먼저 행복해지고, 그다음 입이 행복해진다.
새로 나온 과자들을 다 먹어보고 새우깡으로 돌아오고, 유명하다는 어묵, 오징어, 마른안주를 먹어보고도 다시 새우깡으로 돌아온다. 돌고 돌아 새우깡, 어차피 안주는 새우깡이다. 세월이 느껴지는 2살 때쯤 사진에서도 몸집만 한 새우깡을 들고 있다. 이제는 작은 봉지로는 씅에 안 차 노래방용 새우깡을 먹는다.
새우깡과 맥주
새우깡 하나에 행복해지는 단순한 사람이 나였다. 행복은 멀리에 있지 않았다. 새우깡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