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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행을 가는 이유생각 2021. 10. 15. 17:20728x90반응형
잠깐 잠깐 교외 산책을 가고 있으나 뚝 떨어진 먼 곳에 가지 못하니 더 애가 타는 것 같다.
여행을 가는 이유가 뭘까? 견문을 넓히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힐링이 필요해서? 등등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게는 이런 멋진 이유와는 약간 떨어진 조금 창피한 이유가 있다. 아마도 내가 여행을 가는 이유는 잘난 척하기 위해서 인 것 같다. "나 그거 00에서 먹어봤어.", "아~ 거기~ 별거 없던데?", "이미 해봤지. 신세계더라." 이거 하고 싶어서 가는 것 같다.
미국 블루보틀에서 "블루보틀 들어오기 전에 가봤잖아. 빵을 먹었는데 세상 딱딱하고 햄이 엄청 짜더라. 근데 라떼가 내가 먹어 본거 중에 제일 고소하고 부드러웠어. 거기 사람들은 고소짠 조합을 좋아하나봐."
우리나라 블루보틀 "우리나라 거는 뭐랄까? 우유가 더 많이 들어간 것 같아. 거기서는 커피 맛이 좀 더 느껴졌던 것 같은데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 이야기들이 하고 싶어서 여행을 가는 것 같다. 사실 기억이 흐릿해서 맞는 말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해봤다, 먹어봤다,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말을 얹고 싶어서 ㅋㅋㅋ어떻게 보면 아니 그냥 봐도 재수없어 보이겠지만. ㅋㅋㅋㅋ 근데 이런거 하고 싶어서 돈을 이고 지고 나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맛집을 가는 이유도 맛있는 것을 먹는게 좋아서도 있지만 "이미 먹어봤지.", "유명세에 비해서 맛있는 건 모르겠더라.", "천상의 맛이 그건가 싶던데."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가는 듯하다. 남들이 하는 거, 먹어 본 거, 경험하는 거 나도 다 해보고 싶어서. 어쩌면 남들과의 이야기 속에 뒤쳐지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나 자존감 낮나봐. 잘난척에서 맛집탐방과 여행의 이유를 찾다니.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골똘하게 내가 왜 여행을 다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다니. 역시 내가 언제나 할 수 있을 때는 모르다가 못 하게 되니까 더 갈구하게 되는 것인가? 유럽에서 판다는 납작복숭아 먹어보고싶다. 언제 놀러 갈 수 있을까? 언젠가 먼 훗날에는 먹어볼 수 있겠지? 우리나라에서도 먹어보고 거기서도 먹어보고 비교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며 방구석 미식회 해줘야 하는데.728x90반응형'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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